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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care

좋은 머리와 비만은 유전된다? 후성유전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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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뇌는 쓰는 만큼 좋아지기 때문에 치매 예방을 위해 전문가들은 운동뿐만 아니라 독서, 글쓰기, 낱말 퍼즐 등 뇌를 자극하는 방법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쓰지 않으면 사라진다(Use it, or Lose it)’는 원리가 적용되기 때문인데요. 많이 써서 좋아진 머리는 과연 자식에게까지 대물림될까요?

 

 

실제로 동물을 이용한 많은 연구는 기억 및 학습에 관한 능력이 당대에 개발될 뿐만 아니라 자식에게까지 대물림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DNA 등 유전자의 변화 없이 획득한 능력이나 형질이 자식에게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후성유전’이라고 합니다.

 

 

 

후생유전학(epigenetics)이란 유전자 발현이 DNA 서열의 변화가 아닌 환경적인 요소들에 의해 변화되는 것을 의미하며, 즉 DNA의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형질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후성유전학
▲ 후성유전학 참고도서

 

 

 

 

물론 부모의 기억들이 자식들에게 전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후성유전의 예로 임신 중인 어미가 맡았던 냄새를 시간이 지나 태어난 새끼 생쥐가 좋아하고, 임신 중 어미가 잘 반응하는 학습 신호에 대해 새끼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태교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며 후성유전학에 따르면 임신하기 전의 태교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후성유전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 사례를 보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해이기도 한 1944~1945년 겨울,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대기근의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후성유전의 상호관계가 드러났습니다.

독일은 네덜란드가 나치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식량과 연료 보급을 봉쇄해버렸고, 그러자 450만 명의 네덜란드 국민들이 500칼로리가 안되는 음식으로 하루를 버텨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 시기에 임신한 여성들이 평균보다 작은 아기를 출산한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 아이들이 자라서 낳은 아기들 역시 평균보다 작았다는 사실은 대기근을 경험한 어머니들의 후성유전 변화가 두 세대까지 이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다른 후성유전에 대한 연구 사례로는 체중 감소 수술 전후에 출산한 162명의 비만 여성 대상 연구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체중 감소 수술 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수술 전에 태어난 형제에 비해 비만도가 낮고 어른이 되어서도 대사성 심장 질환에 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어머니가 비만 대사 수술을 받기 전에 태어난 아이는 어머니가 수술을 받고, 몸무게가 줄어든 뒤에 태어난 형제에 비해 당뇨, 감염, 심장, 혈관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에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비만 혹은 임신중에 지나치게 체중이 불거나 당뇨병에 걸린 어머니일수록 뚱뚱한 아기를 낳을 확률이 높았으며, 임신 중 체중 증가가 클수록 태어난 아기가 3세 이후 사춘기와 성인기로 접어들면서 과체중 상태를 이어 갈 우려가 컸습니다.

 

 

 

임신 중 어머니의 비만과 당뇨는 자녀의 비만과 당뇨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중요한 연구 결과입니다.

 

 

 

 

비만
▲출처 : YTN News

 

 

 

 

2016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산부인과학회가 발간한 <임산부 비만 관리 가이드>는 임산부의 체중 증가가 여성 자신과 태아의 건강과 관련 있다고 말하며 임산부의 현재 체중에 맞는 체중 증가량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임신 중인 여성이 체중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엄마와 태아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가이드에 따르면 '임산부가 비만이면 태어날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비만이나 심혈관 질환,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을 앓을 확률이 커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 성인인 ‘나’의 비만 여부가 과거 엄마의 체중 관리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부모의 유전자 외에 ‘나’의 비만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단서가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비만 유전
▲ 출처 : 복지뉴스

 

 

 

 

이러한 후생유전학이 최근 들어 학계뿐만 아니라 산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질병 치료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질병 치료에는 암과 감염병 등이 있는데요. 인간의 DNA에 들어있는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조절하는 데 있어 후성유전학이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입니다.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경우, 평소에는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형태로 잠복해 있다가 외부의 자극, 즉 물리적 자극이나 화학적 자극 또는 바이러스 자극과 같은 특정 자극을 받으면 형태가 바뀌면서 암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질병과 관련된 후성유전의 발생 과정을 분석할 수 있게 되면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발현되지 못하도록 하거나, 반대로 암을 억제시키는 유전자는 발현시킴으로써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유전
▲ 출처 : 삼성 뉴스룸

 

 

 

 

감염병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특히 아직도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 치료에도 후성유전학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는 폐뿐만 아니라 심장과 신장 등 다른 주요 신체 기관도 심하게 손상시킵니다.

 

 

 

그동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떻게 이런 신체 기관들을 공격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최근 발표된 미 UCLA 의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신체 기관들 속 유전자의 발현 체계를 일시적으로 변경시켜 해당 유전자들이 후성유전 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 중에는 완치된 후에도 적게는 수주부터 많게는 수개월까지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 환자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 원인이 이 같은 후생유전에 의한 변이에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신생 학문인 후성유전학은 아직 밝혀지지 않거나 논쟁적인 부분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 분야의 최신 연구는 유전자와 환경이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며 개인의 건강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우리들에게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후성유전을 통해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은 바로 건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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